오늘 강원기 디렉터가 라이브 방송에 나와서 발언한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게임을 게임답게 봐주십사 하는 마음" 이라더라. 사실 게임을 게임으로 보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난 그 발언을 한 사람이 「강원기 디렉터」이었기에 화제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날 일어났던 메이플스토리의 굵직한 이슈들을 생각하면 기가 차기도 한다. 난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하지 않음에도 불구 대충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다.
위에 말했듯이 난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메이플스토리는 「빅뱅」 패치 전의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메이플 월드의 용사가 되어, 말 그대로 「탐험」한다는 느낌을 주었던, 내 첫 MMORPG. 추억보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많은 노가다와 불친절한 시스템. 비슷하게 WoW 클래식도 추억을 따라 시작했다가 바로 그만두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와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사람이라면, 그 시절이 정말 즐거웠다고 회상할 수 있으리라. 여하튼 난 정말 오래 전의 메이플스토리만을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번 이슈에 대한 내 생각을 써 보려고 한다.
리부트 서버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 이번 라이브는 일반 서버와 리부트 서버 간의 큰 갈등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이 운영팀장에 의하면 리부트 서버의 의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얻는 경험을 제공" 하는 것이라고 한다. RPG의 본연의 재미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듣기로는 일반 서버에 비해 강화 부담이 덜하고 보다 많은 재화를 얻을 수 있게 조정되었기 때문에, 무자본 ~ 중저자본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보상을 얻어야 하니 합리적이게 보인다. 리부트 서버의 이런 부담이 덜하다는 이점이 일반 서버 유저들의 어떤 스위치를 작동시킨 듯하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까내릴 필요가 있는가? 이것이 과연 「면제겜」의 품격인 것인가.
일반 서버를 생각해 보자. 내가 그 시절에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 할 때도 「현질」을 하면 매우 편리했다. 난 현질을 하지 않았다. 그땐 돈이 없었고 꼭 엄청 강해져야겠다는 욕구도 없었다. 그냥 나만의 플레이를 즐기면 그만이었고, 현질을 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얘기를 듣고 있으면, 현질의 수준이 그 시절의 수준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처음 보는 강화 수단도 엄청 생겼고, 이는 엄청난 자본과 운을 요구한다. 좀 극단적이지만, 한국 MMORPG 특유의 정신 나간 과금 유도가 개인의 인생을 망치는 케이스도 잊을 만하면 보인다. 같은 메이플스토리라는 영역 안에서 자신들보다 편하게 즐기는 리부트 서버가 미워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반 서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데, 같은 유저 간 갈라치기를 조장하고 있으니 감성만 남은 인간이 얼마나 초라한지 느낄 수 있다. 강 디렉터는 이런 일반 월드의 장점에 대한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MMORPG의 가치는 플레이 경험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
캐릭터를 키우면서 얻는 경험 자체에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를 타 유저 등과 비교하는 것은 의문스럽다.
이는 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리부트 서버에는 MMORPG의 플레이 경험이 없다는 뜻인가? 그 어느 게임보다 타인과의 철저한 비교를 종용하는 게임의 디렉터면서 저런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마저 느낀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강 디렉터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기도 하고, 자신이 한 일처럼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이 이번에 가장 이슈가 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MMORPG가 예전만큼 인기가 좋은 장르도 아니고, 10 ~ 20대 유저들에게도 큰 인기가 없다.
・・・
게임을 게임처럼 봐 달라.
MMORPG도 이제 영 예전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맞다. 시간이 많이 드니까. 게임을 게임처럼 봐 달라...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강 디렉터가 발언하기에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게임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았던가? 들어가는 자본의 양이며, 시간이며 결코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메이플을, 20년 전의 메이플을 추억하듯이 미래에 추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강 디렉터의 이번 발언은 감정적으로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본인도 디렉터로서 고민과 부담이 클 것이다. 뭘 해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으니 심적으로 지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메이플스토리도 지금까지 유지해 온 기본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극적인 변화를 주기도 힘들다. 강 디렉터가 진정 추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강 디렉터가 디렉터 자리에 오른 후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기에, 강 디렉터가 가져다 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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