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튜버라는 것이 생긴 지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16년도 말인가 17년도 초인가 즈음에 「Kizuna AI」라는 초신성이 등장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이전에 볼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의 형태였기 때문에 첫 영상부터 얼마간은 매우 흥미롭게 즐기기도 했다.
https://youtu.be/EoPFGj3uuYo?list=PL0bHKk6wuUGL_Qd34mf0XsQnyiDk2OeGR
이전에 이런 게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봐도 내가 기억하는 한에선 없었던 것 같다. 3D 모델을 사용해서 이렇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걸 볼 때만 해도 이런 산업이 엄청난 규모로 커질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버튜버 붐은 정말 일어나고야 말았다. 기업에서 투자해서 키우는 버튜버는 물론 일반인들이 아바타를 제작해서 초소형 개인 버튜버로 데뷔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버추얼 유튜버」라는 업계가 생기고 말도 안되는 속도로 성장해버렸다. 유튜브 슈퍼챗 수익 1, 2위를 다투고 있는 버튜버도 있다고 하니 가히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할 수 있다.
내가 왜 갑자기 버튜버 얘기를 하느냐... 어제 포장주문한 치킨을 찾으러 가는 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정경화의 「나에게로의 초대」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 이런 노래도 있었지 하며 집에 와서 노래를 찾아들었다. 역시 원곡자인 정경화의 그 감성을 함부로 따라 하기 힘드리라. 들으면서도 오싹할 지경이다. 복면가왕에서 이 노래를 선곡한 조유진・박기영 듀오의 편곡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박기영은 닉네임 대로 여왕의 자태를 뽐냈다. 오랜만에 들은 조유진의 목소리가 반갑기도 하면서 그 노래 실력을 다시금 확인하고 입을 닫을 수 없었다. 둘은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무의미하지만 원곡의 감성을 잘 살린 쪽은 조유진 쪽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스크래치와 스크리밍이야말로 이 노래에 딱 어울리는 기교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스크래치를 따라 하는 사람을 발견했으니 그 사람은 「아이리 칸나(藍璃かんな)」라는 명의로 버튜버 활동을 하고 있었다. 모든 기교를 따라 하진 못했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진짜라고 생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8bm_2RAMLc
아니... 어찌 이런 실력을 가졌으면서 버튜버나 하고 있단 말인가? 아니, 어쩌면 버튜버라는 수단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어서 다행일 수 있다. 난 정말 아깝다고 생각한다. 저런 노래 실력은 결코 아무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깊은 고민과 연습을 통해 도달한 경지일 것일진대, 이 실력으로 진짜 가수가 되어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버튜버도 결국 아이돌 같은 것이 아닌가.
그럼 아이돌 같은 것이 무엇이냐. 세상 영원한 것은 없지만, 아이돌은 그 수명이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모두의 우상이 되는 능력이 뛰어나고 젊고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에 아이돌이지 않은가? 능력은 계속 발전할 수 있어도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할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버튜버는 가상의 아바타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결국 그 안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요즈음엔 아이돌로서 카메라에 처음 얼굴을 비추고 아이돌을 졸업한 후에 쌓아온 인지도를 기반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로 나아간다. 진지하게 자신만의 노래를 추구하거나 배우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하다. 그런 의미에서 버튜버로서 그렇게 무형의 무언가를 쌓아 올려서, 자신의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처음부터 가수 하기 힘들고, 처음부터 배우 하기 힘들다. 할 수는 있어도 얼굴을 알리는 것이 여간 보통 일이 아니다. 반면에 버튜버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보다 쉽게 자신을 알릴 수 있다. 버튜버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자신을 알린다는 것이 모순적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라는 존재와 붙어 있으니까.
사실 난 까놓고 말해서 버튜버가 싫다. 그냥 인터넷 방송 자체가 싫은데 그 안에 있는 버튜버가 더 싫을 뿐이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상품을 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방송 중간에 스트리머에게 돈을 준다. 왜일까? 스트리머에게 관심받고 싶어서? 도네이션으로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해주길 바래서? 아니면 정말 재밌는 방송을 해줘서 고마워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실체가 없는 무언가에 돈을 버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돌아보면 버튜버는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키즈나 아이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풀 3D 풀트래킹으로 동작하는 형태였다.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져서 정말 가상의 세계에 사는 어떤 사람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얼마간 챙겨본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요즈음의 버튜버들은 어떻단 말인가? 그냥 Live2D로 평면적인 움직임만 제공한다. 카메라가 잡기 힘들어지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어디 초등학교 학예회에서나 할 법한 종이를 오려 만든 인형극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인형을 움직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으며 움직임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돈은 지금의 버튜버들이 훨씬 잘 벌지 몰라도 혁신이 일어나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혁신이 거꾸로 일어났다. 풀트래킹에서 인형극으로의 변화라니... 원가 절감의 형태로 볼 수도 있지만 씁쓸한 기분도 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키즈나 아이의 몰락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진다. 구독자가 300만이 넘는데 조회수 100만은커녕 10만도 여유롭게 넘긴다는 인상은 전혀 없다.
가상의 아바타가 등장하면 또 메타버스라는 말이 등장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건 그냥 개좆같은 말이다. 정말로. MZ라는 말처럼 좆같은 말이다. 그냥 공간 하나 띡 만들어두고 네트워크 리플리케이트만 시키면 끝이란 말인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그럼 그동안의 (M)MO 게임들은 뭐가 된단 말인가? 그런 게임들보다 나은 게 하나 없는데 신기술이니 미래를 선도하니 그냥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흠 그래도 맘에 드니 안 드니 할 필요가 없다. 정말 가치가 있다면 살아남을 것이고 없다면 죽을 것이다. 간만 잘 보다가 돈 벌 찬스를 노릴 뿐.
그들이 말하는 메타버스라는 것은 「소드 아트 온라인」에나 나오는 전뇌 풀다이브 기술이 나오면 가능할 것 같다. 이건 정말 의식이 그쪽으로 가서 오감을 충족할 수 있는 가상 환경에서의 생활이 가능하니까. 여하튼 말이 정말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나도 이런 분야에서의 찬스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할 것 같다. 버튜버 관련 사업의 규모가 매우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회가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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