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화요일, FFXIV의 6.3 패치가 있었다. 이번 패치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파티 리스트에 표시되는 버프/디버프의 잔여 시간 표시 기능의 추가였다. 이 기능은 서비스 초기인 A Realm Reborn 시절부터 요구가 있어왔던 기능인데 버전이 6.3이 되어서야 겨우 추가되었다. 인벤토리를 열면 현재 캐릭터가 보유 중인 길을 표시해 주는 기능도 이번에 추가되었다. 이걸 보고서 난 괘씸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요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무시해 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왜 6.3 패치에 이 기능들이 추가가 되었는지, FFXIV의 레이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배경을 바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11 패치에 글로벌 서버에 「절 용시전쟁」이 추가되었고, 많은 팀들이 World Race에 도전했다. EU 지역의 레이드 그룹인 「Neverland Raid Group」이 세계 최초 클리어에 성공했다. 아마 요시다 P/D로부터의 축전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Neverland의 모 멤버가 클리어 영상을 올렸는데 이 영상이 이슈의 도화선이 되었다.
FFXIV도 모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그 모드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것은 「XIVLauncher」라는 비공식 런처가 지원하는 플러그인 API인 「Dalamud」라고 할 수 있다. Dalamud는 "정말 유용한" 수많은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플러그인 중 일부의 기능에 이번에 패치된 버프/디버프 잔여 시간 표시 기능도 있었다. 인벤토리에 길을 표시하는 기능 또한 있었다. 불편한 것이 있다면 유저들이 모딩으로 이를 고치는 것은 게임계의 오랜 전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FFXIV에서 이는 EULA의 위반이 된다. 요시P의 발언을 생각해 볼 때 FFXIV의 모딩은 그레이 존이라 할 수 있기에, 공식이 모르게 사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Neverland의 모 멤버가 이러한 기능을 사용한 상태로 녹화한 영상을 그대로 유튜브에 업로드해 버렸다. 이로 인해 FFXIV의 모딩에 대한 이슈는 매우 뜨거운 감자였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트위치에서 ACT 딜 미터기를 켜고 방송하던 모 유저가 제재를 당했다는 소식도 있었고, 제재당하지 않은 다른 스트리머들도 딜 미터기 오버레이를 내린 상태로 방송하는 등 불똥이 튀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엔 각종 모드를 사용한 상태로 진행하는 방송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이젠 그런 방송은 찾아볼 수 없다. 허나 이는 공개적 장소에서의 문제일 뿐, 모드는 본래 음지에서 성행하기 마련. 운영 측은 모딩을 막고 싶지만 이렇다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우린 다른 곳에 눈을 돌려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겠다.
「World of Tanks」(이하 월탱)라는 게임을 예로 들 수 있다. 월탱은 공식에서 모드를 금지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모딩 문제 해결에 관한 좋은 답이 될 듯하여 예를 들어 보고자 한다. 월탱 서비스 초기엔 정말 수많은 모드가 있었다. 슬라브들이 만든 게임답게 게임이 매우 불친절했기에 유저들은 이를 개선하는 모드들을 내놓았다. 수많은 개선 모드들이 등장한 이우 월탱은 모드 없이는 플레이가 매우 불편한 상태가 되었고 유저들 사이에선 필수라고 생각되는 모드들을 모아놓은 모드팩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워게이밍이 무슨 생각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소위 필수 모드라고 불리던 모드들의 개선 기능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일이 모드를 깔아서 게임을 해야 하는 유저들이 안쓰러웠던 것인지, 모드라는 진입장벽에 막힌 뉴비들로부터의 잠재 수익이 아까웠던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적극적으로 UX 개선에 나섰다. 이제 정말로 월탱은 모드를 단 하나도 깔지 않아도 예전 필수 모드들을 깐 환경처럼 많은 정보를 얻으면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FFXIV도 월탱처럼 개발진들이 의도한 게임 플레이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UX를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좋은 모드들에게 배우고 이를 공식이 지원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S3를 지원하던 시절이라면 오버헤드의 핑계를 대면서 회피할 수 있었겠지만 이젠 사정이 다르다. PS3 지원은 종료됐고, PS4가 나온 지 올해로 10년, Pro가 나온 지 7년이다. PS4 지원이 끊기는 것도 그리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7.0엔 대규모 그래픽 패치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PC 및 PS5의 성능을 생각하면 버프 타이머 실시간 표시는 오버헤드라고 부를 수 조차 없을 것이다. 항상 코스트 타령하면서 만들어 내놓은 것이 「포트레이트」 기능인 것을 생각하면 기가 차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급한 건 따로 있지 않은가?
모드라고 해서 위 같은 UI 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 애샛을 직접 조작하는 것도 모드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모드들은 주로 캐릭터의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을 주로 다룬다.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하나의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개발사 입장에서 이는 자사의 수익에 직결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FFXIV는 실행 시 별도의 파일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이런 모드들을 더욱 성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당연히 배울 점은 존재한다. 공식이 제공하는 것들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 게임에 적용한다. 또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디자인이 유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시장 조사 또한 가능하다. 그런 스타일을 파악한 후, 게임에 어울리게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모딩을 영구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기업으로서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MMO 게임에서 모딩을 배척하는 것,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둘 다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미묘한 중간지점을 찾아야만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선 개발사뿐만 아니라 모딩을 즐기는 유저들도 이에 협조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난 유료모드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스팀 모드 유료화 이슈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사건은 모드의 유료화가 모드 생태계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모드 생태계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좋은 퀄리티의 모드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WoW를 생각해 보자. DBM, Weakaura 등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뛰어난 모드들은 무료로 제공된다. 유료였다면 많은 이들이 사용했을까? 분명 큰 지지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더들에게 자발적으로 기부를 할 수는 있다. 그리고 기부를 통해 모드를 구매하는 일은 모드 생태계에 결코 좋지 않은 일이지만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의 FFXIV처럼 모드 생태계가 좁다면 유료 모드가 생태계 유지에 당장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FFXIV는 현재 최고의 MMORPG이고 유저도 지속적으로 유입이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드 생태계가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스카이림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커진 다음엔 유료 모드들은 생태계 유지에 독이 될 것이다.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높은 퀄리티의 모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되는 시점에, 큰 차이도 없는 유료 모드에 눈이 돌아갈 리가 없다. 만약 유료화가 심화된다면 유저들 간의 평등함이 무너져 개발사의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개발사는 칼을 꺼내들 수밖에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모드 생태계는 무너지게 된다. 게임의 생태계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 할 수 없다. 모두의 공리에 반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많이 길어진 느낌인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모딩을 무조건 배척하지 아니하고 공식에서 조화를 꾀하여만 한다.
- 모딩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모드의 유료화는 게임 생태계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난 FFXIV의 팬으로서 양측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잘 유지되길 바란다.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상생안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우리 모두 그 상생안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도착까지의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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