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도인가 19년도인가, 언젠가 유튜브에서 World War 3라는 Battlefield Like의 게임의 플레이 영상을 봤다.
18년도 말은 「Battlefield 1」이 한창 서비스 중이었고 「Battlefield V」가 출시되어 한창 PC 타령으로 인해 욕을 먹던 시기였다.
아무리 욕 먹어도 배틀필드는 배틀필드, WW3는 이에 비해 한참 부족해 보였으나 한창 개발이 진행중인 상태였을 것이다.
더 진행돼도 배틀필드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크게 관심이 생기진 않았다.
그렇게 잊고 살다가 올해 9월 경, 드디어 클로즈 베타를 마치고 오픈 베타를 가장한 정식 출시를 하게 된다.
옆동네 타르코프처럼 돈을 받았으면 아마 안했을 것이다.
친구들도 한다고 하고 F2P니까 한번 손을 대 보기로 했다.
오, 생각보다 만듦새가 좋은데?
익숙한 배틀필드의 냄새가 나지만 WW3만의 냄새가 확실한 자기 주장을 펼쳤다.
특히 "Strike" 시스템이 맘에 들었다.
COD의 스코어스트릭을 빌려와 자신들만의 색깔을 입힌 느낌이었다.
기존 배틀필드에선(2042 이전) 스폰창을 통하지 않고 장비를 호출하는 것이 불가능 했으나, WW3는 점령한 지점에서 바로 자신의 장비를 호출해 끊기는 느낌 없이 게임을 이어갈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전투용 장비 뿐만 아니라, UAV, Missile, Bombing, Arty 등을 통해 팀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되어 있다.
어쩌면 COD와 BF를 융합한다는, FPS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상상해 봤을 법한 무언가를 형태로 해서 내 놓은 게 WW3 일지도 모른다.
난 WW3가 F2P이기도 하고 나름 내용물도 괜찮으니 오래 플레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12월 8일엔 시즌1 대규모 업데이트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판문점을 배경으로 한 신맵도 추가되고 K2도 나온다고 하니 구미가 당긴다.
정작 난 M16만 쏴 봤지 K2는 구경도 제대로 못해봤지만 어쨋든 국산이니 관심이 가기 마련.
그렇게 12월 8일이 찾아오고 난 게임을 삭제했다.
나의 시점에서 보는 World War 3
문제점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장점부터 꼽아보고 싶다.
너무 나쁜얘기만 하면 보기에도 좋지 않다.
- 스코어스트릭 시스템
이런 류의 게임에선 킬스트릭은 있어선 안되는 게 당연. 킬을 잘 못하더라도 다른 활동을 통해 스코어를 모아 무언가를 할 기회를 준다. - Strike의 다양성
BF와 달리 UAV나 미사일 등이 있기 때문에 BF처럼 장비를 호출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 아예 장비를 호출하지 않고 나머지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WW3에서 가장 칭잔하고 싶은 부분이다. -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다양성
다른 FPS를 생각해 보자. 헬멧, 상의, 장갑, 하의 등을 따로따로 다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는가? 일단 적어도 내 기억엔 없다. 고작 해봐야 통짜 캐릭터 스킨 말곤 없는 다른 게임들을 생각하면 좀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맘에 든다. - 전반적 전차 관련 시스템
- WW3는 스코어스트릭이므로 "나의 스코어"를 사용해서 전차를 호출한다. 기껏 모아서 호출했더니 다른 플레이어에게 뺏긴다면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돌려달라고 해서 돌려줄만큼 친절한 친구들도 아니기 때문에 속이 탄다. 그래서 조종석에 탈 수 있는 그룹을 지정할 수 있게 해놨는데, 주인만 탈 수 있게 할 수도, 분대원만 타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을 아마 모두 원했을텐데 매우 좋은 시도다.
- 전차 커스터마이징 폭이 확실히 넓다. 다른 게임에서의 전차를 생각해보면 단지 쓸 수 있는 탄종을 바꾸거나 전차를 꾸미는 용도로만 장갑판 등이 사용되는데 WW3는 확실히 제 기능을 하게 만들어 놨다. 상기한 Strike에 대응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며, 스타일에 따라 대보병/대전차/대공의 스탠스를 전환할 수도 있다. 이런 전차 커스터마이징은 다른 전차가 나오는 BF Like 게임들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Free 2 Play
개발사도 느낀 게 있는 것 같다. 이걸 돈 받고 팔면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접근성 측면에서 이만한 게 없고 유저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회사에겐 모험이다.
내가 생각하는 단점을 나열하기 전에 먼저 개발사에 대해 먼저 얘기를 해야겠다.
WW3의 개발사인 「The Farm 51」은 폴란드 소재의 게임 개발사이다.
큰 회사는 아니지만 꾸준히 작품을 개발해 왔고 매출도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2019년까지 마이너스였던 당기 순이익을 2020년부터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난 저 회사를 WW3를 통해 처음 알았다.
개발한 다른 작품들도 내가 아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폴란드의 게임회사 하면 「CD Projeck RED」만 떠올릴텐데 나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WW3의 등장으로 폴란드 게임업계에 다시 순풍이 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시즌 1 업데이트 전 까지는.
나는 대부분의 WW3의 문제점의 원인을 아래와 같이 생각한다.
The Farm 51은 자신들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작품을 만들었다.
The Farm 51은 작은 회사는 아니지만 큰 회사라고도 할 수 없다.
시즌 1 전 까진 나도 "오픈베타니까 시즌1에서 괜찮아지겠지." 라는 낙관적 생각을 가졌다.
막상 업데이트를 하고 나니 서버 개선에 따른 패킷 로스 등의 문제가 개선된 것 말곤 모든 UX가 퇴화했다.
이전에도 QA를 하는 게 맞는건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꽤 보였으나 패치 후 명확해진 듯 하다.
사실 요즘 유독 서양권 게임들에게 자주 보이는 행태인데, QA를 하지 않거나 베타라는 명목으로 유저들에게 돈을 뜯어내면서 오히려 돈을 버는 QA를 하고 있다.
특히 동구권 작품에서 많이 보이는데, 기본적 QA를 하지도 않고 오히려 유저의 정당하 비판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행태를 보여주는 일부 동구권 게임사는 역겹기까지 하다.
얘기가 좀 딴 길로 빠졌는데 다시 돌아와서 내가 생각하는 WW3의 단점은 아래와 같다.
- 절대적 유저 수의 부족
특히 유럽쪽에 유저의 대다수가 모여있다. 아시아에 산다면 울며 EU(네덜란드)서버에서 플레이 할 수 밖에 없다. - 게임 서버의 위치 / 매칭 시스템의 문제
- 내가 게임을 그만두게 된 결정적 원인 중 하나. WW3엔 EU(네덜란드), UAE, SGP, US EAST/WEST의 5개의 위치의 서버가 있다. 네덜란드에만 서버가 있으면서 EU서버라고 우기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하다. 도쿄 서버가 없는 것은 아쉽지만 싱가폴이라면 감당할 만한 레이턴시를 가진다. 미국 서버는 있는지도 몰랐다. 아시아에 산다면 네덜란드보다 미 서부가 당연히 가까운데, 정말 가뭄에 콩 나듯 갈 수 있다. 이러면 Geo-Location을 개선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위에서 말한 대로 절대 다수의 유저는 유럽에 있다. 싱가폴이든 미국이든 거기서 플레이 할 유저 수가 적어서 상시로 꽉찬 매치가 성립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UAE엔 대체 서버가 왜 있는 것인가? 유지 비용이 저렴한 것일까. UAE에 서버가 있는 게임은 처음 본다. 모두가 행복하지 않는 UAE 서버를 없애 돈 낭비를 줄이든지 다른데 투자하여 UX를 좋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 개발사에선 계속 개선한다고 하지만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아시아 유저들은 유럽서버로, 북미나 유럽 유저들은 싱가폴 서버로 자주 끌려간다는 것이다. 오픈 베타 전환 초기부터 들려오던 문제인데, 업데이트 후로도 확실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내가 플레이 할 때 Geo-Location의 향상 패치 후 싱가폴 서버가 잡히는 빈도가 늘었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결국 유럽 서버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냈다. 개발사에선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 서버가 불안정하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을텐데 추후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해진다. - 낮은 오브젝트 가시성 / 힘든 색적
- 대다수의 요즘의 FPS 게임은 수류탄이 근처에 떨어지면 경고 인디케이터를 표시해 주며 매우 눈에 띄게 만든다. WW3에도 없는 것은 아닌데 인디케이터가 뜨지 않는 버그가 있다. 패치를 거듭해도 고쳐지지 않더라. 대전차지뢰를 생각해 보자. 장비에 탄 상태로 적의 대전차지뢰를 보면 흰 빛이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는게 이것도 항상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버그를 갖고 있다. 단순히 저런 보조 시스템의 문제 뿐만 아니라 너무 안보인다.
- 색적의 경우도 비슷한데, 그래픽이 향상되면서 색적이 더 어려워졌다. 라이팅 기술이 향상되면서 보다 사실적인 음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자 색적이 매우 힘들어졌다. COD : MW에 등장한 오퍼레이터 '로제'의 'Rook' 스킨을 떠올리게 할 만큼, 광량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색적이 힘들다. 이건 비단 WW3만의 문제는 아니다. 광원 처리가 발달된 요즈음의 정통 FPS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다. - 부실한 고객 대응
몇몇 게임은 일부 게임 유저에 대해 'Community Moderator'라고 하는 역할을 부여하는데, 이들은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개발사와 유저 간의 소통의 창구로써 기능한다. 정식으로 회사의 직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직접 지정하는 만큼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WW3의 경우엔 개발사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디스코드 서버에서 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그동안 지켜봤는데, 이들이 과연 성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 수많은 어록들을 일일이 메모하진 않았기에 다 옮길 순 없으나 당장 생각나는 하나를 얘기하겠다. 게임 시스템에 관한 문제였는데, 누군가의 질문에 대해 이런 느낌으로 답했다.
"게임 시스템 상 어쩔 수 없으니 니가 더 주의하고 잘할 수 밖에 없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보 감사하다. 의견을 개발사에 전달하겠다. 나도 플레이어로서 공감한다." 식의 형식적 대답이라도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그런데 직원이 대답해주는 공식 사이트에서의 문의는 친절히 답 해 주더라. CM에게도 더 강한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는 동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 단발과 연발의 반동이 다르다
Critical Issue 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발 모드에서의 1발 사격 시의 반동과 연발 모드에서 1발 사격 시의 반동이 다른 것은 상당히 신경쓰인다. 모드에 따라 반동이 다른 것은 버그가 아니라 사양으로 보여진다. 다른 게임에선 본 적이 없다. 이런게 사양이라니 기가 차는 일이다. 단발의 효용성이 너무 뛰어나다. 자신이 클릭 속도에 자신이 있다면 연발 모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 사실 상 정식출시임에도 오픈베타임을 강조한다
옆동네 타르코프에서 배워 온 것일까? 유저 상대로 "우리가 뭘 잘못 만져서 문제가 생겨도 베타기 때문에 괜찮다." 라는 빠져나갈 구멍을 대놓고 만들어 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역겨운 행태는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왔단 말인가? 타르코프는 17년도에 오픈베타를 시작했고 10만원이 넘는 패키지를 거의 반강제로 판매하며 아직도 오픈 베타를 유지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오픈 베타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패키지를 판매하여 자금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QA에 드는 자금을 절약하여 게임을 완성해 나가는 것 또한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유저와 함께 완성해 나가는 게임."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을까? 요즘 시대에 어느정도 완성이 된 상태로 게임이 출시되길 바라는 나의 욕심이 과한걸까? 정답을 정할 순 없다. 만약 이런 생각을 가진 게 꼰대라면 난 철저히 꼰대가 되겠다. - 이외의 고쳐질 기약 없는 수 많은 버그들...
난 WW3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발전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고 재미있게 즐겼다. 하지만 작은 개발사에겐 너무 무리한 짐이었던 것일까.
대규모 업데이트였던 시즌 1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난 바로 게임을 종료하고 삭제했다.
잘 만들었지만 못 만든 작품, "게임"이 될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운 작품.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던가. 배틀필드의 벽은 높았다.
BF5와 BF2042 출시 초기의 "Uneducated"한 실망스러운 모습도 있었으나 점차 정상화 되어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BF5는 2042의 출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왜 프로씬에 진출하지 않는지 의문스러운 대륙 출신 무림고수들만 없다면 충분히 "갓겜"이라 불릴 만한 작품이었다.
EA는 2042를 버리지 않았다고 했으나 전과가 많은 친구들이다 보니 신뢰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WW3에겐 기회다.
BF 프랜차이즈가 위태한 지금, WW3가 더 흥행하여 BF를 위협하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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