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분기 애니메이션 『ぼっち・ざ・ろっく!』를 정말 인상 깊게 봤다. 머리털 나고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작품이었다. 작화가 매우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감독의 능력이 느껴지는 인상적인 연출과 서사 전개, 버릴 데 없는 뛰어난 삽입곡들은 나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보는 모두에게 엄청한 임팩트를 줬음은 틀림이 없다.
그런 와중 1월 16일에 유튜브는 어떤 영상을 추천해 줬는데, 그것이 『ぼっち・ざ・と ー く!-LIVE-』가 되겠다. 주인공 4인방의 성우들이 나와 화수를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라이브의 녹화본이었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성우 관련 영상이었지만 "봇치니까" 클릭해 보았고, 난 이 영상을 통해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았다.
https://youtu.be/XbnomkQcQQE?t=2077
(클릭 시 자동으로 해당 시간대로 넘어가 재생된다.)
4화에 관한 얘기를 하던 도중, 고토 히토리의 담당 성우인 「青山 吉能 (아오야마 요시노)」가 먼저 アー写(아티스트 사진)에 관한 얘기를 꺼낸다. 배경 등이 정말 잘 만들어져서 시모키타자와의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고 말 하니 다른 성우들도 이에 동의하며 자신들이 생각한 바를 입에 담는다. 여기에 또 아오야마는 방송 후 트위터 등에서 제작진들이 해당 화수에 대한 뒷 이야기를 얘기해 주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고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얘기한다. 제작진들도 사람이기에 이런 뒷 이야기를 일반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꽤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여기서 난 잊고 있던 무언가를 기억해 낸 듯 번득였다.
내가 어릴 적 게임 개발자를 지망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분명 「잘 만든 게임의 개발자로서, 개발에 관련한 뒷 이야기를 풀고 싶다.」라는 욕구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FF14의 PLL을 떠올릴 수 있겠다. PLL에서 번역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어느 던전의 이름의 번역에 관한 내용이었다. FF14엔 「ハウケタ御用邸」라는 던전이 있는데, ハウケタ(하우케타)가 Haukke가 된 배경에 대한 요시다 P/D와 코지 폭스의 대화였다. 코지 폭스는 요시P에게 "왜 하우케타가 아니라 하우케가 된 것인지"에 대해 뒷 배경을 알려줬는데, 단순히 「번역팀의 실수로 'ta'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요시P는 이에 매우 놀라며 자신은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야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어이없는 실수는 자신들이 아는 한 더 이상 없다며 해명하는 장면도 일품. 나는 저런 뒷 이야기들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홀린 듯 영상을 봤다.
다시 봇치로 돌아오자면, 난 봇치 더 락을 보면서 어떤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할 수 있겠다. 「고토 히토리」라는 개인의 성장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멋지게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만화들처럼 알 수 없는 힘이나,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어떤 힘을 각성해서 급격히 성장해 갈등을 해소하는 전개는 확실히 보장된 왕도 전개지만 나에겐 그리 인상 깊다고 할 수 없는 전개다. 그렇기에 봇치의 평소의 엄청난 양의 연습과, 이에 기반하는 「기타 히어로」로서의 퍼포먼스를 가로막은 봇치의 커뮤증을 밴드 활동을 통해 극복해 나가면서 진짜 실력을 서서히 되찾아가는 현실적인 서사에 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키타 이쿠요」도 물론 봇치만큼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성장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주목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재미」가 있기 때문에 작품에 몰입한 것이기도 하다.
난 봇치처럼 내 분야에서 뛰어난 프로들 같은 퍼포먼스를 아직은 낼 수 없지만, 봇치처럼 "현실적인 방법"을 통해 나의 프로그래머로서의 성장을 이끌어 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밴드의 리드 기타 처럼 눈에 띄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 베이스처럼 크게 티가 나진 않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존재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봇치보단 료에 좀 더 마음이 가는 것일까? 눈에 띄고 싶었다면 바로 눈에 보이는 그래픽 쪽을 파고들었을 파고들지 않았을까? 그림이라면 트위터 등에 올려서 보다 쉽게 "승인욕구"를 채운다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림 업계가 프로그래밍보다 쉽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트위터에 올리는 것보단 그림이 확실히 먹히기 때문에 그리 생각한 것이다.
난 기타를 조금 배웠는데, 처음 배울 땐 그냥 기타가 하고 싶었고, 뭔가 기타가 피아노보단 접근성이 좋아 보였기 때문에 시작했었다. 근데 뭔가 시간이 지날수록 기타는 내 길이 아니라고 느꼈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친구의 베이스를 연주해 볼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 노래를 들을 때도 유독 저음역에 고집이 있던 나였지만 베이스를 연주해 본 적은 없었기에 기대가 매우 컸는데, 아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가슴을 울리는 저음에 순수한 감동을 느꼈다. 역시 나의 길은 베이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베이스가 될 수 있을까? 게임보다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부해 나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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