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field, 망한 건 아니지만 망했다
0. Disclaimer 게임을 제대로 평가할 만큼 많은 시간을 플레이하지 못했다. 최소 10회 차는 플레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회차 플레이 후 작성하는 초기 의견을 담았다. 23/09/06 3회차 중간 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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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작성한 글에서 3회차 중반쯤이라고 작성했었는데, 사실 그 뒤로 쭉 달려서 11회차에 정착했다. 흔히 나쁘게 말해 베데스다 팬보이, 「베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베데스다의 작품들을 애정하고 오랜 시간 플레이 해 왔다. 그만큼 큰 기대를 가지고 얼리 액세스를 위해 비싼 돈까지 들였건만 안타까움과 실망만 늘어갔다.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비슷한 맥락의 비판하는 글이 많으니, 내가 느꼈던 점에 대해 얘기해 보자.
1. 복붙복붙
적당히 괜찮았는데, 가장 실망한 부분은 흔히 던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동굴이나 행성에 있는 건물 등에서 벌어지는 인카운터에 대한 부분이다. 초반 회차에선 빨리 회차를 넘겨 다른 컨스텔레이션 도입부를 보기 위해 달렸던 감이 있다. 그럼 당연히 같은걸 계속 볼 테니 다른 요소가 복붙인지 알 수가 없다. 여기까진 회차 선택지 등을 통해 다른 루트로 진행하며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스토리나 연출은 「Entangled」 말곤 까놓고 말해서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재미를 느끼다가 중간 회차에서 다른 맛을 보려 여행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무슨 바이오 연구소? 무슨 동굴? 그냥 다 똑같다. 어 분명 여긴 와본데인데? 싶지만 아니다. 처음 온 행성의 어떤 장소가 맞다. 하지만 오브젝트 배치까지 어떤 오차도 없이 똑같다. 그야 그대로 재활용하는 거니까. 이때부터 정이 확 떨어져서 동기 부여가 안되더라. 수많은 행성이 있는데 거의 다 허허벌판이고 그 중간에 있는 것 마저 재활용이라고? 월급을 어디로 먹은 거야?
2. 동기부여의 부족
이런 RPG에서 동기를 주는 부분이라고 하면 세계관에 대한 몰입이고, 이는 스토리라인이 담당한다. 근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메인 스토리라인이 박살 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스타필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결국 개발진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건 컨스텔레이션을 따라 유물을 모아서 유니티에 도착하여 다른 우주(다음 회차)로 넘어가, 같은 상황에서의 다양한 선택으로 촉발되는 여러 결과들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유니티에서 만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주는 의미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를 하겠으나,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느낌이었다. 내가 왜 메인퀘를 시작해서 유물을 모으고 유니티로 가야 한단 말인가? Emissary와 Hunter를 통해 스타필드 세계관에서의 스타본들의 상식이 유물을 모아서 다른 다중우주로 가는 것이라는 건 충분이 이해했지만 그뿐이다. 이 내용으로 하여금 스타본이 된 플레이어가 유물을 보아 다음 회차로 가게 할 동기부여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회차로 가면 플레이어는 뭘 얻을 수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간지 나는 스타본 슈트와 스타본 우주선? 솔직히 최종 회차에서 얻을 수 있는 슈트가 헌터의 그것이기 때문에 그건 정말 갖고 싶었다. 이거 때문에 11회차까지 달렸을지도 모른다. 플레이어가 10회가량을 넘어가야 그 검은 슈트를 주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통해 "헌터는 정말 수없이 많은 다중 우주를 넘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그런 어찌 보면 윤회 같은 경험을 통해 「Sanctum Universum」의 가치가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라는 의문도 생겼지만 그뿐이다. 그저 유니티를 지나면 새로운 회차가 시작되며 나에게 남는 거라곤 존재감 옅은 우주 용언과 찍어놓은 퍼크뿐이다.
스카이림이나 폴아웃에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시작하는 것과는 다르다. 같은 캐릭터를 계속 플레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이전 회차의 나의 가치가 보존되었으면 싶지만 그렇지 않다. 다회차 선택지가 있지 않느냐고? 처음엔 흥미로운 요소였지만 궁극적으로 스토리라인에 큰 변화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 양과 깊이가 매우 적고 얕다.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 이거다.
3. 배짱 장사
이 자식들이 배짱 장사를 한다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오죽하면 "유저가 완성하는 게임"이라고 하겠는가? 스카이림은 심지어 AE 출시로 유저들에게 빅엿까지 먹였으니 새삼스레 이에 대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스카이림이나 폴아웃은 바닐라 상태에서 그 특유의 버그들이 많았지만 결코 게임 내용 자체가 문제가 있지 않았다. 스카이림이나 폴아웃4는 아직도 할 만큼 재미있는 매우 잘 만든 게임이다. 그래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테크닉을 부린다 한들 재미가 없으면 다 소용없는 헛짓이 돼버린다. 이런 면에서 이번 스타필드의 기술적 완성도와 개발진(특히 토드)들의 태도는 어이 없기 까지 하다. 아니 게임이 박살이 났으면 그랜절이라도 박으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패치는 굼뜨고 심지어 크리에이션 킷은 반년을 기다리란다. 폴아웃4 때야 바닐라 자체가 맛있었으니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고 해도 이번엔 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다들 스타필드가 나오면 스카이림이나 폴아웃 모드판이 죽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를 비웃든 토드는 크게 한 건을 해준 것이다. 그 모드 판들은 너무 활발하고 이에 반해 스타필드 갤이나 챈 모두 그냥 죽어있는 상태다. 특히 갤엔 분탕만 꼬이는 것을 보니 배신감으로 인한 분노보다 우수만이 가득하다. 화도 앵간히 해놔야 화가 나지... 허무와 슬픔만이 남았다.
MS는 똥볼만 찬다
MS 게임 스튜디오의 영광은 어디로 가고 콜오브듀티, 헤일로, 스타필드 다 망해버리고 말았다. 헤일로는 내 FPS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특별한 작품이다. 특히 리치로 번지의 헤일로 작품이 마무리되고 4부터 무너져가는 헤일로를 볼 때마다 가슴에 비수를 꽂아 후벼 파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슴 아팠으며 슬펐다. 내가 사랑하는 베데스다의 작품도 스타필드를 시작으로 무너져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든다. 정말 토드가 나이 들어서 감이 떨어진 것일까? 그래서 게임을 흥행하게 해 준 그 베데스다식 RPG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떠올릴 수 없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세대교체가 필요할 것 같다. 토드도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필 스펜서도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갑자기 FF14의 북미 팬 페스티벌에 등장해서 FF14의 XBOX 대응을 발표할 때는 정말 충격이었으니 말이다. 아래 직원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나올 줄이야... 그래도 엘더6 까지 토드를 마지막으로 믿어보기로 했다. 엘더6 마저 망한다면 정말 토드는 끝난 것으로 봐도 이견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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