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 세계에 "Made in China"가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단순히 손에 잡히는 물건의 범주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으로부터 촉발되는 대륙발 문화의 파도를 말하는 것이다. 「짱깨」는 싫지만, 「짱깨가 만든 게임」은 해야 하는 이중성에 대한 내 생각을 얘기하려고 한다.
수능 전날인 어제, 11월 15일에 아카라이브 원신 채널에 아래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동생겜"이라 했으니 같은 회사에서 개발한 「붕괴 : 스타레일」일 것이다. "'그나라' 다운 발상"이라는 것은 평소대로의 중국의 이미지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다. 양심도 뭣도 없는 그 모습이 그들의 대표적인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 글만 봐선 저 대사의 앞뒤 맥락을 알 수는 없지만, 글을 작성한 사람의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카피캣으로 장사하는 것은 알았으나 이정도로 노골적인 대사를 집어넣을 줄이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추천도 많이 받은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글 작성자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일단 의도는 확실하게 알았으니 댓글을 보러 가 보자.
위는 댓글 중 극히 일부이지만 나머지 댓글도 유사하기 때문에 그들의 대표 격으로 가져왔다. 댓글을 단 모두가 미호요의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었으며 커뮤니티 활동 또한 하고 있었다. 1차적으로 이들은 미호요의 노골적인 카피캣 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사실 기존 기술이나 디자인을 베껴오는 것 없이 만들어지는 게임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FPS도 그 기원이 되는 작품이 있고, MMORPG도 거슬러 올라가면 현대의 디자인의 기반이 되는 작품이 있다. 내가 플레이해 온 게임들은 노골적인 파쿠리를 하지는 않았다. 원래 디자인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개성을 확립해 갔다. 애초에 좋은 방식을 놔두고 실험적인 무언가만으로 꽉 채우기엔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효율도 좋지 못한 확률 낮은 도박수다. 아무도 좋은 방식에서 조금 다져왔다고 뭐라 하지 않는다.
붕괴2와 3를 해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미호요는 그렇게까지 노골적인 회사는 아니었던 거 같다. 돈에 미친 모습이야 특히 3에서 봐 왔다마는 노골적으로 베껴오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붕괴3엔 붕괴3만의 시스템이 있었다. 「원신」을 출시하고 나서 마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빼다박은 비주얼과 시스템에 「짱깨의 숨결 (줄여서 짱숨) 」이라는 이명을 얻었다.
나도 처음 플레이 해 봤을 때 느낀 것은 "정말 잘 만들긴 했다"였다. 야생의 숨결의 좋은 점을 가져오면서 서브컬처 시장을 절묘히 노린 그 발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돈을 찍어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들리는 말로는 그 많은 돈의 큰 부분을 R&D에 투자한다고 하던데 뭘 연구 개발 한다는 것인지... 파쿠리를 기가막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한다는 뜻일까? 여하튼 파쿠리와 서브컬쳐 시장의 세일즈 포인트를 잘 노린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미호요는 은연중에 게임 시장에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잘 베껴서 성공하라.
실제로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긴 정말 똑같이 베낀다. 마치 학부 과제로 어떤 서비스의 클론 코딩을 하는 것처럼 똑같다. UI 디자인만 조금 다른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전부터 작은 회사가 시작하는 방법이 대체로 그랬지만 원신 이후로는 정말 잘 베껴서 성공하라는 말에 엄청나게 고무된 듯이 똑같이 베끼는 것 같이 느껴졌다.
다시 위 댓글로 돌아가 보자. 그렇게 싫어하는 짱깨가 만든, 그렇게 싫어하는 노골적인 파쿠리로 점철된 게임을 하면서, 그 개발사자 게임에 삽입한 저 대사 한 줄에 어이없어하고 분노하면서 결국 게임을 접을 생각은 단 하나도 하지 않고 다음 가챠 때 어떻게 돈을 쓸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대체로 이런 반응들을 보인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재밌어서 하겠다는데 니가 뭔 상관이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물론 게임이야 재밌으면 계속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그 나라"니 뭐니 하면서 비난을 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아니면 뭐 츤데레인가? 2010년대도 아니고 언제 적 츤데레란 말인가...
내가 수년간 커뮤니티를 봐 온 감상으로는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많은 10 ~ 30대들이 이미 중국의 소프트 파워에 먹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역겨운 행동의 부산물을 소중하다며 붙잡고 놔주지 않는 그 행동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 파워의 침공은 그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지만 오랜 기간 사람의 생각을 먹어나간다. 엄청난 과장을 보태면 明朝관계가 돌아와서 중화가 조선에 한마디 하면 껌뻑 죽는 그 시대가, 지금의 젊은이들이 사회 지도층이 됐을 때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게임 등의 오락을 시작으로 분서갱유와 문화 대혁명으로 박살 난 중화의 깊이 있는 문화가 현세에 다시 그 심오함을 되찾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스스로의 분별력이 떨어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그들의 문화에 먹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이런 말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다.
취한 사람은 자신이 취한 줄 모른다.
멀쩡히 일자로 잘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옆에서 보면 위태롭게 휘청거리고 있다.
공개 테스트 후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VEILED EXPERTS」와 엄청난 게임이 나왔다며 칭송받는 「THE FINALS」가 비교된다. 같은 넥슨 아래에서 국내 인력인 "넥슨게임즈"가 내놓은 결과물과 Educated guys가 모인 "Embark Studios"가 내놓은 결과물은 너무나 달랐다. 정말 조선인들 손에서 정말 큰 무언가가 탄생할 수 없는 것일까? 중국의 문화 침략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져만 가기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대기업들이 아니던가? 그들의 힘을 제대로 아직 보여준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믿고 싶다.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인 만큼 나도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이바지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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