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잠에서 깨서 친구 단톡방을 확인해 보니 원신의 새로운 캐릭터의 컨셉아트가 유출됐다고 하더라. 그 이미지를 보니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전부터 미호요는 정말 서브컬쳐가 좋은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회사로, 흔히 말하는 '오타쿠' 들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그들이 개발한 원신 또한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는데, 유독 이번 디자인에 충격을 받은 것은 어떤 연유일까?
이런 디자인이 내 취향에 맞는 것도 있지만... 원신의 캐릭터 디자인의 뛰어남이 지속적으로 우상향 하는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호불호가 별로 갈리지 않는 이쁜 디자인으로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출시 첫날에 각청, 모나 단 둘을 들고 시작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나름 기대도 되는 작품이었고 당시에도 캐릭터 디자인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계정 판매 시 30만원을 벌 수 있음에도 나름의 애정을 갖고 시작했다. 지나고 나서 후회했지만.
캐릭터 디자인 뿐만 아니라 레벨 디자인도 뛰어났다. 흔히 원신은 '짱숨', '짭숨' 등으로 불리는데 이는 의심은 여지가 없는 '야생의 숨결'의 파쿠리 게임이기 때문이다. 원신의 기반이 되는 UX는 야숨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할 수 없다. 하지만 파쿠리 게임이면 어떻단 말인가? 욕을 먹을지언정 지금 세상 어느 게임보다 돈을 잘 번다. 중국식 "대놓고 파쿠리"는 미호요에게 있어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 베껴도 잘 베끼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써준다. 일본에서 뭔가를 만들면 중국에서 그대로 가져와서 써먹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서브컬쳐의 원조, 일본의 경우를 보자. 최근 일본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작품 중 하나를 꼽자면 「우마무스메(ウマ娘)」(이하 '말딸')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이 정도의 정성을 쏟았다고 생각되는 일본 서브컬쳐 게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년에 있었던 말딸 컨퍼런스 내용이 생각나는데, 개발진들의 엄청난 열정과 뛰어난 기술력에 경외심마저 느꼈다. 자신들의 일에 대한 강력한 에고를 가진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내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얼굴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내가 말딸을 플레이 할 땐 2D 차분 이미지처럼 단순히 상황에 맞게 따로따로 붙여넣기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사이게임즈는 모든 캐릭터에 대응 가능한 공식을 만들어 두고 그걸 최종적으로 조합해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몸이 아닌 얼굴이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에 대응하게끔 사전작업을 하는 것은 엄청난 코스트가 들어가는 일이겠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고, 게임을 지탱하는 큰 축이라고 생각한다. 서브컬쳐에서 얼굴은 헤어스타일만큼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단 말인가? 넥슨게임즈(구 넷게임즈)의 김용하 PD가 진두지휘한 「블루 아카이브」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시장에 먼저 블루 아카이브를 출시했는데, 그 초기엔 꽤 잡음이 많았으며 "프리코네 파쿠리"라는 딱지를 계속 달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개발진들의 열정과 진심이 유저들에게 전해진 것일까? 그야말로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김용하 PD와 청계천이 엮인 그 밈은 블루 아카이브에 대한 유저들의 사랑과 개발진들의 열정에 대한 리스펙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PD나 디렉터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는 것이 보통인 요즘 게임계를 돌아보면 더욱 실감된다.
ネクソン定例会議。天井から吊るされているのは
— ゴッド・静馬 (@skekiyo_sizma) September 28, 2022
「乗せていきましょう」
という現場の上訴を握り潰そうとした中間管理職の男だ。
「お慈悲を!」
ヨンハ統括Pが無言で親指を下に向けると、ロープが切断された。
「アイゴー!」
赤く染まる水面。
清渓川のピラニアは日和見主義者の肉が大好物なのだ。 pic.twitter.com/T7usPv8PS4
김용하 PD도 즐거운 기분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발 서브컬쳐 게임의 영향력 확장을 억제하기엔 너무나도 힘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장르가 다르기에 비교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가챠를 기본 BM으로 하는 서브컬쳐계 게임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원신과 싸울 수 있는 작품은 없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난 일본도 한국도 대항마를 만들어 낼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본의 논리에 먹힌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래의 트윗이 내 생각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 같아서 가져왔다.
Fun fact: Video game production cycles have gotten so long that if a big-budget game studio started working on a brand new project today, it would likely be for the PlayStation 6
— Jason Schreier (@jasonschreier) January 2, 2023
원신은 보기보다 개발 코스트가 매우 높은 게임이다. 원신 개발에 투입되는 인원만 수백 명 단위의 규모로 인건비의 단위 자체가 다르다. 어차피 파쿠리 해 오면서 뭐 그리 할게 많나... 싶은 게 본심이지만 여하튼 그렇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 정도의 자본을 투자해서 원신만큼의 리턴을 얻을 것이란 자신이 없는 것이다. 위의 트윗처럼 지금 투자해서 원신 라이크의 개발에 들어간다고 해도 중국에서 강력한 포스트 원신이 등장해 돈을 긁어모을 즘에야 완성되어 공개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 모두 모바게로 짧고 굵게 빨아먹을 생각만 그득하다. 좁은 내수시장을 계속 갉아먹다 보면 당연히 끝이 보일 것이다.
이들에게서 중국을 무너뜨릴 혁명이 일어나길 기원한다. 난 그 혁명을 일으킬 불씨가 되고 그 물결에 올라타고 싶다. 문화적 적화통일은 미디어의 죽음이요, 인간성의 종말을 야기할 것이다. "단순히 게임이 좀 잘 나갈 뿐이니 신경쓸 것 없다." 라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모든 침략자들은 문화적 동화를 중요시 여겼다. 현대에 와서 그 방식이 교육에서 유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은 이미 일본의 소프트 파워의 침략에 동화됐다. 중국으로부터의 침략에 동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의 「재미」를 진정한 「게임」으로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소프트 파워"를 보전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어려운 과제지만 관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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