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식사를 함께하던 중 조금 예전 얘기가 오갔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단순히 깜빡한 것이겠지 싶어 언제 이런 일이 있었고, 예전에도 이 얘기로 대화를 나눈 적이 꽤 있다고 설명했으나 아예 그런 적이 없다고 부정당했다. 지속적으로 얘기해도 같은 대답이 돌아오니 나는 그 슬픔을 가리지 못하고 서럽게 울어버리고 말았다. 같이 기억하던 어떤 것을 이제 상대방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나는 너무나 서러웠다. 생물학적으론 가족이지만 정신적으론 계속 아니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경우는 그 사람이 어떠한 일을 잊는 것이지만 왠지 '원피스'의 위 장면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큰 차이는 없는 것이 아닐까? 나와 함께 한 추억들을 모두 잊어버린다면 같은 사람이라 볼 수 있는가? 막연하게만 하던 생각을 꽤 진지하게 해 볼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럼 사람은 언제 죽는가? 이건 개개인의 견해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다를 것이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흔히 함께하는 개나 고양이라고 생각해보자. 이는 생물학적으로 죽었지만 함께하던 인간의 기억 속에 남았으니 진정으로 죽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난 이와 같이 생각한다.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대학 생활까지 나와 함께해 준, 단순히 인간 이외의 동물을 넘어 나의 동생과 같은, 하나의 당당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있어주었다. 그 이별은 나에겐 가까운 인간이 떠나간 것 이상의 슬픔을 부여한 일이었다. 하지만 난 다른 가족의 기억 속에 살아있으니 완전히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떠나기 일주일 전에 우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나와 함께 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있어서 죽은 것일까? 난 죽었다고 생각하진 못할 것 같다. 여전히 나와 고락을 함께 한 것임에 틀림 없지만 단지 기억하지 못할 뿐...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상대방이 어떤 일을 기억하지 못함에 난 슬픔을 느껴버리고 만 것일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지 않은가. 타인과 교류하며 공통점을 찾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또한 정서적 동물이다. 공통으로 공유하는 어떤 가치나 사건이 있다면 친밀감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난 공통으로 공유할 무언가가 없어졌기 때문에 상실의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닐까. 상실을 느낀 대상이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큰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기억하기에 잊혀진 사건이 아니며 그 추억은 매우 견고히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와 나눈 사건과 동반한 감정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함께한 가족, 나와 혈연인 어떤 가족도 내가 잊지 않은 한 살아있는 것이리라. 죽었다고, 더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없더라도 내가 살아서 내가 기억하기에 완전히 죽지 아니하였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이기적이며 연약한 정신을 갖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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